♠ 한쪽얼굴이 떨려요
반측성 안면경련증은 안면신경이 분포하는 얼굴근육에 간헐적이고 돌발적으로 불수의적인 수축을 일으켜서 눈꺼풀, 뺨, 입술 등이 떨리는 증상을 말한다. 대부분의 예에서 한쪽 얼굴에만 증상이 온다. 또한 다른 운동장애질환과는 달리 수면 중에도 경련증상이 있을 수 있으며 정신적 스트레스에 의하여 경련이 악화되기도 한다. 병력기간이 길거나, 혹은 뇌종양, 뇌혈관기형 등 이차적인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 안면신경 마비는 볼 수 없다.
반측성 안면경련증은 이차적 원인에 의하여 발생하는 소수의 예를 제외하고는 대부분의 환자에서 병증이 생명과 직접적인 관계는 없으나, 눈이 감겨서 정상적으로 책이나 신문을 읽을 수 없다고 하는 환자를 많이 볼 수 있으며, 자동차운전에 어려움이 있다고 하는 환자도 많다. 또한 경련증상으로 인한 대인관계의 기피 등 시간이 경과함에 따라 점차로 원만한 사회생활을 할 수 없으며 경우에 따라서는 심각한 정서적 후유장해를 나타내기도 한다.
반측성 안면경련증의 발생빈도는 국내에서는 아직 역학조사가 실시된 바 없으나 외국의 통계를 보면 인구 10만명당 각각 남자는 0.74명, 여자는 0.81명 정도의 발생빈도를 보인다. 발생연령은 주로 40세 이후의 중노년기 이며 소아기에 발생하는 예는 드물다. 또한 우측보다는 좌측에 좀더 많이 발생하고, 인종에 따른 차이는 별로 없다. 한국인에서의 발병양상도 외국의 예와 비슷하나, 우리나라에서는 여자에서의 발병률이 남자에 비해 4배정도 많은 것이 특이하다.
반측성 안면경련증의 발생원인은 대부분의 예에서 정상혈관이 뇌간에서 안면신경이 나오는 부위를 압박하여 발생한다고 하는 가설이 일반적으로 인정되고 있다. 우리의 뇌혈관은 나이가 들면서 모양이 변하여 길어지고 구불구불하게 변성이 일어나며, 이러한 변성이 일어나는 과정 중에 인접하여 있던 뇌혈관이 안면 신경근 기시부를 압박하게 되어 반측성 안면경련증이 발생하게 된다. 발병기전에 대하여 좀더 자세히 설명하면, 안면신경이 중추신경계에서 말초신경계로 이행되는 뇌간의 부위를 안면신경근 기시부라 하는데, 이 부위가 뇌혈관에 의해 압박되면 신경섬유를 싸고 있는 얇은막인 신경수초(神經髓鞘, myelin sheath)가 손상되어 마치 큰전기 cable속의 일부 전기선의 피복이 벗겨져서 누전을 일으킬때와 같이 안면신경에서 일시에 동조성 방전이 일어나면서 돌발적전기활성 현상이 생겨서 안면경련이 일어나게 된다.
반측성 안면경련의 진단은 병력과 임상증상의 확인으로 가능하다. 자기공명영상(magnetic resonance imaging, MRI)과 자기공명혈관조영술 (magnetic resonance angiography, MRA)은 뇌간주위에서 안면신경근과 뇌혈관과의 관계를 확인하는데 유용하며 뇌혈관이 안면신경근을 압박하는 부위와 압박정도를 알 수 있다. 또한,MRI검사는 뇌종양이나 혈관기형 등 안면경련의 이차적인 원인질환을 진단하기 위하여서도 필요한검사이다.
반측성 안면경련증과 감별진단을 요하는 질환들은 안면근육의 공동운동(共同運動, synkinesis), 안검경련(眼瞼痙攣, blepharospasm), 안면운동이상증(facial dyskinesis), 안면의 초점성 간질발작(focal seizure)등이 있다. 공동운동은 눈을 깜짝이든지 입을 움직일때 근육과 같이 한부분의 얼굴근육을 움직일 때 다른 얼굴근육들이 따라서 움직이게 되는 상태를 말하며 주로 안면신경마비가 있던 환자에서 볼 수 있다. 반측성 안면경련증과는 달리 얼굴근육을 움직이지 않는 상태에서는 공동운동을 볼 수 없다. 안검경련증은 주로 안윤근(眼輪筋, musculus orbicularis oculi)에 국한하여 경련이 있으며 보통 양측 안검에 경련이 오고 수면 중에는 경련을 볼 수 없다. 안면운동이상증은 일반적으로 안면신경이 분포하는 근육이외에도 인접한 다른 근육의 수측을 동반하는 예가 많으며, 안면경련증보다는 근육수축시간이 길다. 초점성 간질발작도 신체 다른 부위의 경련을 동반하는 경우가 많으며 뇌파검사로 판별할 수 있다.
반측성 안면경련증의 치료는 약물요법, 보투리눔 신경독(botulinum toxin, Botox)주사요법과 수술요법으로 나눌 수 있다.
약물요법은 carbamazepine과 같은 항경련제나 안정제를 사용하며, 세포막을 안정시켜(stabilizing membranes) 안면경련에 효과를 나타낸다고 한다. 그 외에도 clonazepam, phenytoin, baclofen, valium등이 사용된다. 약물치료는 약물을 투약하는 동안 증상을 경감시켜 줄뿐, 근본적인 치료가 안되는 단점이 있다.
보투리눔 신경독을 안면근육에 주사하는 방법도 사용되고 있는데, 신경독을 안면근육에 주사하면 곧 시납스전 콜린성 신경말단(presynaptic cholinergic nerve terminals)에 결합하여 acetylcholine의 방출을 억제하며 결과적으로 근력의 약화를 초래하여 안면경련을 경감시키며 효과는 약 2~6개월 간 지속된다. 그러나 장기적으로 반복하여 주사하면 항체가 생성되어 보투리눔 신경독의 효과를 저하시키는 단점이 있으며 일부환자에서는 안면신경마비증상이 발생하는 예도 있다.
근래에 사용되고 있는 안면신경 미세혈관감압술(microvascular decompression)은 Gardner와 Jannetta(1970년대초)등에 의하여 개발된 수술방법으로서 수술현미경을 비롯한 장비의 발달과 수술술기의 발전으로 과거와는 달리 개두술에 따른 후유증이 최소화되었으며 치료의 성공률이 현저히 높고 재발율도 매우 낮아 이 수술방법이 널리 이용되고 있다. 수술은 전신마취하에 유양돌기 뒤에 약 2~3cm 정도의 개두술을 통한 후유양돌기 하후두부 접근법(retromastoid suboccipital craniectomy)으로 소뇌교각(cerebellopontine angle)에서 뇌혈관에 의하여 압박되고 있는 안면신경근 기시부를 확인한 후 혈관을 분리하고 teflon felt를 이용하여 안면신경의 미세혈관 감압수술을 시행한다.
안면신경 미세혈관 감압술로 90.7-98.3%의 환자에서 안면경련이 호전되며, 재발율은 1-10.3%로 대개 수술후 2년안에 재발한다. 수술의 합병증으로는 안면신경마비(0.9-1.3%)와 청력장애(0.8-9.1%)등을 볼 수 있다. 수술중 뇌간 청각유발전위검사(brainstem auditory evoked potential, BAEP)로 이러한 합병증의 발생빈도를 줄일 수 있다.